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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마약 중독 극복의 새로운 길: 신경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최신 치료 동향

by 건강의발견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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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 뇌수술로 치료한다: 신경외과적 최신 접근법과 전망

 

 

 

마약과 약물 중독, 왜 치료가 어려운가?

 

현대 사회에서 마약 및 약물 중독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심각한 뇌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에 따르면, 마약 중독은 "팔다리를 잘라도 못 끊는" 강력한 의존성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강력한 통제로 마약 청정국이었으나, 해외여행 자유화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미 그 지위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7,000명이 넘는 마약 사범이 단속되었으며, 이는 하루 평균 60명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손실 측면에서도 마약 중독은 수천억에서 최대 5조 원까지 추산되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중독 환자의 재범률은 공식 통계상 35~36%이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마약 중독이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독의 뇌과학: 보상 회로의 비밀

 

마약 중독의 핵심 메커니즘은 뇌의 보상·쾌락 중추에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복측 피개 영역과 측좌핵을 연결하는 보상 회로가 있어, 도파민이나 엔돌핀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합니다.

 

문제는 마약이 이 보상 회로를 비정상적으로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은 성행위 시 느끼는 쾌감의 최소 10배 이상의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이런 강력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점차 정상적인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게 되고, 더 많은 약물을 찾게 됩니다.

 

장진우 교수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도파민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쥐의 보상 중추에 전극을 삽입하고 도파민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한 결과, 암컷 쥐를 만나거나 코카인을 투여받았을 때 도파민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중독은 뇌의 생화학적 변화에 기인하므로,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신경외과적 접근: 뇌 수술로 중독을 치료한다

 

현재 마약 중독 치료는 약물 치료, 정신과적 치료, 자조모임, 공동체 재활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과가 제한적이고 재발률이 높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신경외과학은 1900년대 초부터 정신질환 치료에 관여해왔습니다. 초기에는 전두엽 절제술과 같은 침습적 방법이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보다 정교한 기술이 발전되었습니다. 뇌심부자극술(DBS)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여 특정 영역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파킨슨병이나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마약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측좌핵에 고주파 병소 발생술을 시행해왔습니다. 중국 군병원의 가오 구호동 의사는 270명의 환자에게 이 수술을 시행했으며, 중국 전역에서 1,160명 이상이 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효과는 있었으나 3~5%의 환자에서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여 중국 정부는 이 수술을 중단시켰습니다.

 


초음파 수술: 비침습적 치료의 새 지평

 

최근에는 초음파 수술이라는 비침습적 방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장진우 교수팀은 이미 본태성 진전증 환자에게 초음파 수술을 적용하여 손떨림을 크게 개선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강박장애 치료에도 세계 최초로 초음파 수술을 적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장 교수팀은 현재 미국 초음파 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천 참사랑병원과 함께 마약 중독 환자에 대한 초음파 수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초음파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고주파 병소 발생술이 보상 중추를 완전히 마비시켜 부작용을 일으키는 반면, 초음파 수술은 보상 회로를 '리셔플링(reshuffling)'하거나 '리부팅'하는 방식으로 정상화를 시도합니다. 이는 중독 회로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재조정하는 개념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현실과 미래 전망

 

우리나라의 마약 중독 치료 현실은 매우 열악합니다. 공식적으로는 19개의 마약 중독 치료기관이 있지만, 실제로 치료 실적이 있는 곳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국립부산병원 단 두 곳뿐입니다. 이는 적절한 치료 비용 보상 체계가 없어 대부분의 병원이 적자를 감수하며 치료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마약 중독자를 환자가 아닌 죄인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단순히 처벌과, '몽둥이로 두드려 패는' 접근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장진우 교수는 "모기가 한두 마리면 파리채로 잡을 수 있지만, 수백 마리라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비유합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중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중독 치료법 개발에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100배, 헤로인보다 50배 강력한 합성 마약으로, 2mg만으로도 치사량에 이릅니다. 한국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나, 아직 인식과 지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마약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생화학적 질환으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와 재활이 효과적이라면 수술적 방법은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신경외과적 접근법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치료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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